영상을 많이 보면 말이 늦어지나요?
오늘의 아티클 세 줄 요약
- 돌 무렵 영상을 오래 볼수록 말이 늦을 위험이 계단처럼 커지고, 하루 2시간을 넘으면 그 영향이 네 돌까지 이어집니다.
- 영상이 해로운 건 화면 자체보다 부모와의 대화, 또래와의 놀이 시간을 밀어내기 때문이고, 식사 중 영상이 특히 그렇습니다.
- 2~5세는 하루 2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 1시간 안쪽으로 줄이고, 식사와 잠자리는 화면 없이 지켜 주세요.
밥 먹일 때, 설거지할 때, 잠깐 숨 돌릴 때
대부분의 발달센터에서는 아이가 말이 늦어 찾아오신 부모님께 여러 가지 질문을 드리는데, 그중 빠지지 않는 게 영상을 하루에 얼마나 보는지예요. 또는 묻기도 전에 "하루에 영상을 몇 시간씩 보여줬는데, 그것 때문에 우리 아이가 말이 늦는 걸까요?" 하고 자책하듯 먼저 털어놓으시는 분도 많고요.
사실 아이가 잘못되라고 영상을 보여주는 부모는 없죠. 잠깐 한숨 돌리려고, 밀린 설거지나 빨래를 할 시간을 벌려고 어쩔 수 없이 보여주다 습관이 되어 길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영상을 아예 안 보여주며 키우는 집도 거의 없고요. 아이들의 미디어 노출이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지금 발달심리학과 의학계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되는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해서, 저희는 이 주제를 꼭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세 가지를 정리합니다. 영상을 얼마나 봐야 언어 발달에 영향이 생기는지, 왜 그런지, 그리고 얼마까지 봐도 괜찮은지요.
돌 무렵 하루 1시간이 갈림길
가장 큰 연구는 일본에서 나왔습니다. 아이 7,097명이 돌 무렵 하루에 영상을 얼마나 봤는지 조사하고, 두 돌과 네 돌에 발달을 다시 확인했어요. 돌 아기의 절반 정도(48.5%)는 하루 1시간 미만이었고, 4시간 이상 보는 아이도 4.1% 있었습니다.
결과는 영상 시간이 길수록 의사소통 발달이 늦을 위험이 계단처럼 올라가는 모양이었어요. 하루 1시간 미만이던 아이와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 돌 무렵 하루 영상 시간 | 두 돌에 의사소통이 늦을 위험 | 네 돌에 의사소통이 늦을 위험 |
|---|---|---|
| 1시간 미만 | 기준 | 기준 |
| 1~2시간 | 약 1.6배 | 뚜렷한 차이 없음 |
| 2~4시간 | 약 2.0배 | 약 1.6배 |
| 4시간 이상 | 약 4.8배 | 약 2.7배 |
숫자로 보면, 기준이 되는 하루 1시간 미만이던 아이 중 두 돌에 의사소통이 늦은 아이는 100명 중 3~4명이었어요. 4시간 이상이던 아이는 100명 중 15명 가까이였습니다.
두 돌보다 네 돌에 차이가 줄어드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에요. 지난 호에서 두 돌에 '늦게 말하는 아이'로 판정받아도 절반 가까이는 또래를 따라잡는다고 말씀드렸죠. 그에 비추어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원래 늦은 아이라 영상을 더 본 거 아닐까요?"
과학 연구에서 "A일수록 B"라는 결과가 나오면, 꼭 한 번 거꾸로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어느 학교에서 아이들이 칭찬을 얼마나 받는지, 성적은 어떤지 조사했더니 "칭찬을 많이 받는 아이일수록 공부를 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 봅시다. 역시 칭찬이 아이를 키우는구나 싶죠.
그런데 잠깐, 거꾸로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라서 칭찬을 더 많이 받은 거라면요? 둘 다 그럴듯합니다. 그리고 숫자만 봐서는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습니다.
"영상을 많이 보면 말이 늦는다"는 결과에도 같은 의문을 던져 봐야 해요. 말이 늦고 보채는 아이일수록 부모가 영상을 더 틀어 줄 수 있으니까요.
캐나다의 한 연구가 바로 이 질문을 확인했어요. 아이 2,441명을 두 돌, 세 돌, 다섯 돌에 반복해서 살펴봤더니, 두 돌에 영상을 많이 본 아이는 세 돌 발달 점수가 낮았고, 세 돌에 많이 본 아이는 다섯 돌 점수가 낮았습니다. 반대 방향, 즉 발달 점수가 낮은 아이가 나중에 영상을 더 보게 되는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다만 앞의 일본 연구와 이 캐나다 연구 모두 부모가 적은 설문으로 발달을 쟀고, 영상 말고도 가정 형편이나 양육 환경 같은 다른 요인이 섞여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수적으로 보면 영상이 말을 늦춘다고 확실하게 단정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많은 전문가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만큼,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근거가 쌓여 있는 건 분명합니다. 영상을 많이 볼수록 말이 늦어진다는 쪽으로요.
영상이 해로운 게 아니라, 영상이 빼앗는 시간이 문제
영상 속에서도 말은 끊임없이 나옵니다. 그런데 왜 말이 안 늘까요?
아이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 배우지 않습니다. 미국 연구진이 아이들이 하루 동안 듣는 말을 녹음해 분석했더니, 어휘를 늘린 건 어른이 아이에게 직접 건넨 말이었어요. 아이 곁에서 오간 어른들의 대화나 TV 소리처럼 그냥 흘려들은 말은 두 돌 어휘와 관련이 없었습니다. 영상은 아이 말에 대답하지도, 아이가 가리키는 걸 같이 봐 주지도 않으니까요.
미국의 또 다른 연구는 영상이 무엇을 밀어내는지 추적했어요. 1~3세 아이 3,894명을 따라가 보니, 영상 시간이 늘어도 책 읽어 주는 시간은 줄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른 아이들과 노는 시간이 줄었어요. 그리고 발달 지연 위험이 커진 건 영상 그 자체보다, 줄어든 또래 놀이를 거쳐서였습니다.
정리하면 영상 30분은 '나쁜 것 30분'이라기보다 '말을 주고받을 기회 30분'이 빠진 것에 가깝습니다. 이걸 부모님 입장에서 응용해 볼까요? 어차피 영상을 보여줘야 한다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시간과 부모와 대화하는 시간만큼은 줄지 않게 지켜 주세요. 예를 들어 '영상을 30분 봤으면 아빠와 노는 시간 30분을 꼭 더한다' 같은 규칙을 만드는 거예요.
이걸 가장 잘 보여주는 연구가 있어요. 프랑스에서 아이 1,562명을 2세부터 5~6세까지 추적한 연구에서는, 하루 전체 영상 시간보다 '가족 식사 때 TV를 틀어 두는지'가 언어 발달과 더 일관되게 관련이 있었습니다. 두 돌 때 식사 중 TV가 늘 켜져 있던 아이는 전혀 켜지 않던 아이보다 5세 반의 언어성 지능이 약 3점 낮았어요. 연구진은 TV가 아이의 주의를 빼앗을 뿐 아니라, 부모가 아이에게 말을 거는 시간까지 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요.
사실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영상을 가장 많이 허락하시는 시간이 식사 시간이기도 하죠. 식사 시간의 영상이 왜 해로운지는 다른 호에서 본격적으로 다뤄 보겠습니다.
줄이면 말이 늘까요?
이미 말이 늦은 아이에게 영상을 줄이면 달라질까요? 이걸 직접 실험한 연구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2025년 파키스탄에서 나온 예비 연구가 하나 있어요. 말이 늦은 18개월~5세 아이 160명을 둘로 나눠, 한쪽은 3개월 동안 영상을 하루 30분 아래로 줄였습니다. 줄인 쪽 아이들은 새로 쓰는 단어가 평균 76개 늘었고, 그대로 둔 쪽은 3개 남짓이었어요.
다만 이 연구는 상황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이 아이들은 원래 하루 평균 8시간 넘게 영상을 보던 아이들이었고, 늘어난 단어 수도 아이마다 차이가 아주 컸어요. 하루 1~2시간 보는 아이에게 같은 효과가 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해요. 저희가 임상에서 관찰하기에도, 하루 2시간 이상 영상을 보던 아이들은 시간을 줄이는 게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됐습니다.
그래서 얼마까지 괜찮은가요
국제 기준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 나이 | 세계보건기구(WHO) | 미국소아과학회(AAP) 2016년 |
|---|---|---|
| 18개월 미만 | 권하지 않음 | 영상통화 말고는 피하기 |
| 18~24개월 | 권하지 않음 | 꼭 보여준다면 좋은 프로그램을 부모와 함께 |
| 2~5세 | 하루 1시간 이하 | 하루 1시간 이하, 좋은 프로그램을 함께 |
솔직히 이 기준을 지키는 집은 많지 않아요. 일본 연구에서도 돌 아기의 절반은 이미 하루 1시간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기준을 못 지켰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다만 일본 연구에서 1~2시간은 두 돌에만 위험이 조금 올랐고, 네 돌까지 이어진 건 하루 2시간 이상부터였어요. 4시간을 넘으면 크게 뛰었고요. 현실적인 첫 목표는 만 2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하루 2시간은 절대 넘기지 않기'로 세우고, 그다음 바람직한 기준인 '1시간 안쪽'까지 줄여 나가는 거예요.
참고로 위 표의 미국소아과학회 기준은 10년 전인 2016년 것이에요. 학회는 올해 「Digital Ecosystems, Children, and Adolescents」(Pediatrics, 2026년 2월호)라는 새 기준을 내놓았습니다. 핵심은 이렇습니다.
- 시간 제한에서 질·맥락·대화로 무게를 옮겼어요. '몇 시간까지'라는 숫자 대신, 아이를 둘러싼 디지털 환경 전체를 보자는 방향이에요. 자동재생, 끝없는 스크롤처럼 아이를 오래 붙잡아 두도록 설계된 플랫폼의 책임도 크게 다뤘어요.
- ‘5C’ 틀을 제시했어요. 아이 자체(Child), 내용(Content), 스스로 진정하는 힘(Calm), 다른 활동을 밀어내는지(Crowding out), 대화(Communication) 다섯 가지예요.
- 18개월 미만에 대한 주의는 그대로예요. 이 시기 아기는 실제 상호작용에서 가장 잘 배운다고 했어요.
- 식사와 잠자리를 화면 없는 시간으로 만들라고 직접 권해요. 부모도 식사 때 휴대폰을 내려놓으라고 했어요.
저희는 이걸 시간 지침을 없앤 게 아니라, 아이에게 해롭다고 밝혀진 요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라는 방향으로 지침이 바뀐 거라고 봐요. 1시간이라고 해서 그 시간을 아이 마음대로 쓰게 두지 말고, 내용을 살피고, 스스로 그만둘 수 있게 하고, 대화 시간을 밀어내지 않게 하고, 식사와 잠자기 전에는 보지 않게 하라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시간 기준을 아예 없애기보다, 2016년 기준을 지키면서 새 기준도 함께 지키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 내용을 다 채우면서 보여준다 해도 오래 보는 건 좋지 않거든요. 새 기준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은 정해 두는 게 좋아요.
집에서 할 수 있는 것
영상을 아예 끊는 것보다 오래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낫습니다.
- 시간보다 자리를 정하세요. "하루 30분"은 지키기 어렵지만 "밥 먹을 때와 자기 전에는 안 본다"는 지키기 쉬워요. 식사 시간은 하루 중 대화가 가장 많이 오갈 수 있는 자리이고, 앞의 프랑스 연구에서 보듯 영상의 영향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 볼 때는 같이 보며 말을 붙여 주세요. "강아지가 뛰어가네. 어디 가지?"처럼요. 화면 속 말은 흘려듣지만, 부모가 건네는 말은 아이에게 들어갑니다.
- 아무도 안 보는 TV는 꺼 두세요. 배경처럼 흘러나오는 말소리는 어휘에 보탬이 되지 않아요. 조용해진 틈에 부모 말이 들어갈 자리가 생깁니다.
- 뺀 시간에 무엇을 넣을지 먼저 정하세요. 연구에서 영상이 밀어낸 건 다른 아이들과 노는 시간이었어요. 놀이터, 키즈카페, 친척 아이들과의 시간처럼 또래와 부딪히는 시간을 넣어 주세요.
- 이미 말이 늦다면 줄이기만 하고 기다리지 마세요. 영상을 줄이는 것과 별개로, 지난 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평가를 먼저 받아 보는 게 좋습니다. 말이 늦은 이유가 영상만은 아닐 수 있어요.
맺으며
저희는 부모님께 영상을 줄이시라는 말씀을 자주 드려요. 그런데 그 말을 할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 요새 부모님들이 왜 보여주시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에요. 화장실 갈 짬을 내야 할 때, 식당이나 기차, 버스, 비행기처럼 아이를 조용히 시켜야 하는 곳에서, 그리고 혼자 육아를 도맡는 독박 육아에 가까울수록 영상에 기댈 수밖에 없는 순간이 많아진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서 단순히 '영상은 나빠요'라는 말보다는, 어디부터는 절대 하시면 안 되고, 어떤 대안이 있는지까지 이야기하는 게 책임 있는 전문가의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늘 레터가 영상을 끊어야 한다는 부담이 아니라, 우리 집에서 해 볼 수 있는 작은 변화 하나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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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티클이 좋았다면
이번 호에 읽은 논문
- Takahashi I 외. Screen Time at Age 1 Year and Communication and Problem-Solving Developmental Delay at 2 and 4 Years. JAMA Pediatrics, 2023. PMID 37603356
- Madigan S 외. Association Between Screen Time and Children's Performance on a Developmental Screening Test. JAMA Pediatrics, 2019. PMID 30688984
- Putnick DL 외. Displacement of peer play by screen time: associations with toddler development. Pediatric Research, 2023. PMID 35986149
- Weisleder A, Fernald A. Talking to children matters: Early language experience strengthens processing and builds vocabulary. Psychological Science, 2013.
- Rashid M 외. Effect of reducing screen time in children with speech delay: a pilot study. Journal of the Pakistan Medical Association, 2025. PMID 40500812
- Martinot P 외. Exposure to screens and children's language development in the EDEN mother–child cohort. Scientific Reports, 2021. PMID 34103551
- Parental Technology Use in a Child's Presence and Health and Development in the Early Year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AMA Pediatrics, 2025. PMID 40323594
- 미국소아과학회(AAP). Digital Ecosystems, Children, and Adolescents: Policy Statement. Pediatrics, 2026.
오늘의 육아팁 한 마디
부모의 스마트폰도 연구 대상입니다. 2025년에 21개 연구, 1만 4,900명을 모은 메타분석에서, 아이 앞에서 부모가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쓰는 것이 5세 미만 아이의 인지·사회정서 발달과 작지만 불리한 관련이 있었어요.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고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다음 호에 해설할 질문을 받아요
아이를 키우며 궁금했던 점을 보내주세요. 또는 오늘 아티클에서 이해가 안 가시는 부분을 질문하셔도 좋습니다. 많이 들어온 질문부터 연구를 찾아 읽고 답합니다.